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1화

 그 날, 세계에 악몽의 씨앗이 내려왔다.

「아, 별똥별!」
 어린아이가 밤하늘을 가리키며 웃었다.
 주변 사람들도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아이가 말한 대로 커다란 별똥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공기가 깨끗하여 별이 잘 보이는 밤이었다.
 별똥별이 사라질 때까지 소원을 세 번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소원을 세 번 빌 때까지 기다려주는 별똥별은 거의 없지만, 오늘 밤은 그 거의 없는 밤이었던 것 같다. 제법 오래 사라지지 않는 그 별똥별에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어른도 아이도 천진난만하게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었다.
 별은 10초 정도 지난 후에 하늘 높은 곳에서 깨지듯이 사라진다.
「아―, 사라졌다―」
 아이의 아쉬운 듯한 목소리를 신호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은 그 시선을 지상으로 되돌려 각각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상으로.

 고도 약 200km 상공에서 깨진 별―― 적어도 사람들이 별똥별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내부에서 작은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건 사람들 눈으로 보기에는 식물의 씨앗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씨앗은 대기의 저항을 받아 춤을 추며 천천히…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진다.
 결국, 그 씨앗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떨어져 떨어진 장소에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침식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씨앗은 폭발적으로 그 뿌리를 뻗어 나가 유기물, 무기물을 가리지 않고 닿은 모든 것에 기생하기 시작했다.
 뿌리에 닿은 것의 내부로 침입하여 내부에서 그 구조를 바꿔버렸다. 어떤 것은 일그러지고, 어떤 것은 금이 가고, 어떤 것은 녹아내려…… 기생 당한 것들은 다양하게 그 외견을 바꾸어 세계는 급속하게 일그러진다. 이상함을 눈치채고 침식 범위에서 도망치려고 한 사람들도 다수가 뿌리에 따라잡혀 기생 당했다.
 씨앗이 뿌리를 내린 대지는 썩은 듯이 녹아내리기 시작하여 도시는 짧은 시간에 대규모 지반 침하에 휘말린 듯이 함몰되어 지하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사람들의 손으로는 도저히 기어 올라갈 수 없는 깊이까지 가라앉은 도시는 그 일그러진 모습과 아우러져 흡사 지옥의 바닥과도 같았다.
 일찍이 지면이 있던 장소는 어느샌가 고기 빛을 띤 수수께끼의 막으로 뒤덮여있었다. 막은 도시에서 태양의 빛을 빼앗아 사람들의 출입조차 막았다.
 이렇게 사람들은 지하에 가라앉은 도시에 갇혀버렸다.

 침식이 퍼져나가 대부분을 기생당한 도시의 중심부가 완전히 이계로 모습을 바꿨을 때.
 뿌리의 성장과 침식의 속도는 서서히 완만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혼란은 그 정도로 진정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갇혀서 지상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이상, 그래도 사람들은 이 지하세계에서 살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씨앗에 기생 당한 자는 모습이 변해버렸지만, 변화는 그 정도에서 멈췄고 뿌리처럼 움직여서 사람들을 습격하는 일은 없었다. 기생 당한 사람이나 동물 벌레들은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지능이 현저히 낮아지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고 그저 섬뜩하게 거리를 배회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기생체에 공포심을 가지면서도 이것은 병과 같은 현상이며 어쩌면 언젠가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그런 덧없는 희망을 품고 간신히 침식을 피한 도시의 외부 쪽에서 서로 손을 잡고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게 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이다.
 기생 당한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비틀어진 탑처럼 변형된 고층 빌딩.
 그곳에서 울려 퍼진 섬뜩한 울음소리가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그 가족은 아들이 씨앗에 기생 되어 있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아들의 모습은 그렇게 일그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생 당한 뒤에도 똑같이 가족으로서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의 중심부에서 섬뜩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생 당한 아들은 이끌리듯이 비틀비틀 중심부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중심부에 가까이 가면 기생 당할 위험이 있어 가족들은 아들을 쫓아갈 수 없다. 반대로 아들은 이미 기생 당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안전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가족은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어서 와! 오빠!」
 어린 여동생이 오빠의 귀환을 기뻐하며 달려간다.
 오빠는 그 동생의 작은 머리를 마치 공이라도 집듯이 거칠게 붙잡았다.
「아야…… 오빠 아파……」
 아파하는 여동생을 신경 쓰는 듯한 모습도 없이 오빠는 그대로 여동생을 끌면서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반대 손으로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길을 돌아 도시 쪽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무…… 무슨 짓이냐! 그만둬!」
 정신을 차린 아버지가 황급히 아들의 어깨를 붙잡고 말린다. 그것은 아버지로서의 의무감이기도 했고 가족을 지키려는 본능이기도 했다.
 그것이 그의 생명을 마무리 지었다.
 뒤돌아본 오빠가 아버지를 향해서 입을 연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긴 혀가 순식간에 아버지의 이마를 꿰뚫었다.
「아…… 안 돼에에에에!」
 어머니의 비명. 오빠가 혀를 뽑으니 아버지의 몸은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누가 봐도 이미 생명의 불꽃은 사라진 뒤였다.
「여, 여보…… 싫어! 놔! 이거 놔!」
「엄마 무슨 일이야!? 오빠, 아파! 놔줘!」
울부짖는 어머니와 동생을 오빠는 무표정으로 끌고 간다. 두 사람의 중량임에도 마치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발걸음이다.

 도시의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거리가 무섭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썩어버린 건물, 뒤틀린 신호, 꽃이 핀 전신주…… 뒤틀림은 중심부에 가까이 갈수록 커진다.
 갑자기 오빠의 걸음이 멈췄다.
 길거리에 있던 배수구의 창살이 휘어져 구멍이 되어서, 끌고 가던 여동생의 발이 걸린 것이다.
「오빠…… 다리가 걸렸어……」
 이미 큰 목소리를 낼 체력도 기력도 없던 동생이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뒤돌아본 오빠는 무엇이 자신을 방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하지만 그것을 정확히 대처할 수 있는 지능이 오빠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오빠는 손에 들고 있던 동생의 머리를 있는 힘껏 당겼다.
「오ㅃ,」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고기가 찢어지는 소리.
 동생의 작은 몸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오빠는 자신의 손에 남은 동생의 머리를 보자 거칠게 그것을 집어던지고 어머니를 끌어당겨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이미 실신한 상태였다.
 오빠가 결국 도착한 곳은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크게 일그러진 건물 안.
 그곳은 마치 감옥 같은 방이 있고 안에는 이미 몇 명의 인간이 있고, 오빠와 같은 기생체가 간수같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간수는 오빠를 보고 문을 연다.
 오빠는 그 감옥 안에 자신의 어머니를 짐짝처럼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음 사냥감을 찾아 또다시 밖으로 나갔다.

 도시의 많은 곳에서 비슷한 참극이 벌어졌다.
 그때까지 얌전히 있던 기생체들이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붙잡아서 건물로 강제수용하기 시작했으며 저항하는 자들은 살해당했다.
 그날부터 도시는 거대한 지하감옥이 되어 사람들은 죄수가 되었다.

 그날부터 인간과 기생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인간을 습격하는 기생체는 인간 형태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벌레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소형 동물이나 벌레 중에는 이상하게 거대화된 것도 있어서 인간이 제대로 맞서 싸워서는 살해당할 뿐이다.
 하지만 기생체에는 지성이 없고 인간에게는 지혜가 있었다.
「아, 안 돼…… 오지 마!」
 남자가 기생체로부터 도망치려고 달리고 있다.
 거대한 애벌레같이 생긴 기생체가 남자를 쫓아가나 속도는 남자 쪽이 위다. 남자는 건물의 귀퉁이를 돌아서 모습을 감춘다. 애벌레는 우직하게 그 뒤를 쫓아 몇 초 늦게 그 귀퉁이를 돌아 들어간다.
 그 머리 위로 금속 봉이 내려왔다.
 푸욱하는 소리와 함께 봉이 애벌레의 머리의 일부를 잘라내며 그곳에서 선홍색 피가 튀어나왔다. 곧 애벌레는 날뛰면서 그 봉을 내려친 남자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귀퉁이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몰려들어 애벌레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제기랄! 이 괴물이!」
「젠장! 죽어라! 죽어!」
 조금씩 몸이 깎여나가면서도 애벌레는 끈질기게 움직인다. 다리를 휘두르며 몸을 부딪치며 물어뜯으려고 한다. 사람들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숫자를 이용하여 집요하게 공격하여 결국 애벌레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선홍색 피와 고깃덩이가 된 애벌레의 잔해에 사람들은 분노에 찬 듯이 침을 뱉는다.
「꼴 좋다. 괴물 녀석……」
「어이 괜찮은 거야?」
「아아, 죽어있어. 그보다 부상자는?」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르겠어. 바로 의사에게 데려가자」
 상처를 입은 동료를 데리고 남자들은 도시 외부로 사라진다.
 이처럼 1대1로는 이길 수 없는 기생체도 함정을 파서 여럿이 공격하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위험이 함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생체를 보면 도망치는 것이 정답이다. 애초에 기생체는 도시 중심부로부터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때까지보다 더 사람들은 도시의 중심을 피해 바깥쪽에서 조용히 살게 되었다.

 다시 1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힘과 지혜를 합쳐서 이 지옥과도 같은 지하감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생활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안에서도 특히 경찰이나 자위관, 학자나 의사 같은 직업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자치 단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최후의 희망이었다.
 여명해방전선――통칭 [여명]이라고 불리는 그 조직은 자치, 순찰, 의료, 연구 등 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일을 한 번에 맡으며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미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 여명의 중심 멤버 중 한 명의 박사가 있었다.
 박사는 침식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계속 씨앗이나 기생체를 조사하여 이 현상이 대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고 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 박사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워 이 현상에 이름을 지었다. 씨앗에 기생 된 유기물이나 무기물을 모아서 [의태].
 그 안에서도 생물이 기생 당해 단독으로 움직이는 의태를 [메르헨].
 그리고 씨앗에 기생 되어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지옥으로 변한 이 도시를.
 박사는 이렇게 이름 지었다.

 살아있는 감옥―― [프리즌]이라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