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2화

예를 들어 공복일 때 배가 내는 소리를 언어로 바꾼다면 [꾸르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발정 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언어로 바꾼다면 [느야아아아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동굴 구멍에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언어로 바꾼다면 [휘유우웅]이란 느낌이다.
그것들의 모든 소리를 억지로 섞으면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듣는 것도 괴로운 소리가 될 것이다.
이 살아있는 감옥-프리즌-의 울음소리를 목소리로 바꾼다면 그런 표현이 어울린다.
거대한 지하감옥으로 변한 이 도시에는 때때로 프리즌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섬뜩하고 역겨운 울음소리를 붙잡힌 사람들은 혐오하고 증오하고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 악몽의 상징일뿐인 그 울음소리가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선 즐거운 장기자랑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도시 안의 탑을 중심으로 한 7개의 구역은 프리즌의 기생에 의해서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감방이며, 그곳에는 괴물에게 붙잡힌 많은 사람이 수용되어있다.
프리즌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수용되어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창백해지며 서로 몸을 기대고 떨기 시작한다. 그 울음소리가 무엇의 시작을 알리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울음소리가 들려온 잠시 후 감방으로 어디선가 이형의 괴물-메르헨-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몇 명의 인간을 적당히 골라서 데려간다.
불행히도 메르헨에게 걸린 죄수들은 공포에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누… 누가 좀 도와줘……! 이제 그 방에는 가고 싶지 않아……!]
[봐주세요, 죄송합니다. 봐주세요……]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메르헨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애초에 이해하지 못한다. 싫어하는 인간들을 억지로 끌고 가면서 감방을 나가는 모습은 어딘가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죄수들은 끌려가는 사람들에게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면서도 결코 돕기 위해서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그 시선에 담겨있는 것은 두려움, 동정심, 죄악감, 무력감…… 그리고 감출 수 없는 안도감이다. 끌려가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디로 끌려가는지를.

고문실.
메르헨이 잡아 온 인간을 온갖 수단을 써 괴롭히기 위한 방.
[크으으…… 아아아아아악……]
어떤 때는 사람들은 그저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한 둔한 고통을 받기만 하였다.
[아파, 아파아아악!]
어떤 때는 사람들은 대량의 피를 흐르게 하기 위해 몸 이곳저곳을 상처 입었다.
[으…… 하아…… 흐윽……]
어떤 때는 사람들은 꾸물거리는 프리즌의 벽을 애무하듯이 핥도록 강요당했다.
메르헨이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람들은 고문을 당하며 몸과 마음을 소모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또 감방으로 끌려가 다음 고문을 생각하며 떨고, 목숨을 잃은 자는 메르헨의 먹이가 되었다. 그렇게 죄수의 숫자가 적어지면 메르헨은 또 사람을 붙잡기 위해서 도시로 나간다.
그 메르헨에 의한 인간 사냥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 있었다.
여명해방전선-통칭 여명.
그 존재는 지옥으로 변한 이 도시에게 있어서 유일한 희망이었다.

[대장 구원 요청입니다! 인간 사냥입니다!]
[적의 숫자는!?]
[보고에 의하면 M사이즈가 두 마리! 현지의 민간인이 교전 중!]
[M이 두 마리인가. 어떻게든 되겠군. 대기 중인 녀석들은 전원 따라와!]
대장이라고 하는 남자는 보고를 받고 신속하게 행동을 시작했다.
메르헨에 대한 저항조직인 여명 안에서 직접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것이 이 자경대이다. 대장은 일찍이 이 도시에 있었던 자위대 출장소에서 근무하던 자위관이며 계급은 삼등육좌. 도시가 프리즌에 기생 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경찰 조직과의 연계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경관과 자위관이 희생되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그는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조직을 이뤄냈다. 그 경위 덕분에 그는 지금은 여명의 중심인물 중 한 명이다.
대장과 함께 5인의 전투원이 보고가 있었던 현장에 도착하니 열 명 정도의 사람이 두 마리의 메르헨과 싸우고 있었다. 이미 세 명의 사람이 쓰러져 있었으며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민간인은 부상자를 데리고 물러나라!]
[여명인가!? 와주었군!]
[이제 괜찮다. 우리에게 맡겨줘! 간다! 총알은 절약하라고!]
지상과 완전히 단절된 현재 상황에서 총탄의 보급은 불가능하다. 제한된 비장의 수단을 온존하기 위해서 대장을 시작으로 한 여명 부대는 자동 소총의 총검을 장착하고 메르헨에게 돌격한다.
하나는 개인간. 인간의 몸에 털이 수북이 나 있으며 목부터 위는 개의 머리가 나 있다. 또 한 마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트럼프 병사와 똑 닮았다. 왜 이런 것들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습격하는 것인가… 그야말로 악몽이다. [개는 내가 처리하겠어. 너희들은 트럼프를 맡아라]
그렇게 말하며 대장은 개인간에게 돌격했다. 총검의 거리를 이용하여 찌르고는 빠지고, 찌르고는 빠지는 히트&어웨이를 반복한다.
[캬아아아아아!]
사람도 개도 아닌 비명을 지르는 메르헨. 일반적인 메르헨은 힘과 생명력 모두 강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싸워봤자 전혀 상대되지 않지만 다행히도 지능은 낮다. 제대로 된 전투 지식을 가진 자가 냉정하게 대응하면 쓰러뜨리는 것도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크윽!?]
몇 번을 찔러도 달려오는 개인간에게 아무리 대장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밀리기 시작한다. 초조해져서 깊이 찌른 총검이 금방 빠지지 않아, 메르헨이 그 총신을 붙잡자 순간 손을 떼고 말았다. 개인간은 뽑아낸 총검을 멀리 던져버리고 대장은 맨손으로 개인간과 맞서게 되었다.
[크르르!]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지만 개인간에게 있어서는 한걸음에 다가올 수 있는 거리였던 것 같다. 품 안으로 들어온 메르헨의 타액에 젖은 이빨이 솟아있는 입이 대장의 눈앞에서 크게 벌어진다.
(나도 끝인가!)
각오하고 눈을 감은 순간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캬악!]
배에서 피를 쏟으며 개인간이 쓰러졌다.
총성이 난 장소를 보자 트럼프 병사와 싸우고 있던 대원중 한 명이 총을 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트럼프 병사를 쓰러뜨리고 엄호하러 온 모양이다. 남아있는 대원들도 금방 따라와서 일제히 개인간을 공격하여 숨통을 끊었다.
[대장 괜찮으십니까!?]
[아아, 고마워]
[죄송합니다. 소중한 총탄을 낭비했습니다]
[괜찮아, 목숨보다 소중한 게 뭐 있겠어. 안 그래?]
신경 쓰지 말라고 농담하는 대장. 남자는 그것을 보고 안심한 듯이 웃었다. 하지만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피해 상황은?]
[민간인에 중상자 3, 경상자 5, 부대원에 경상자 2.
사망, 연행자는 없습니다]
[훌륭하군. 민간인부터 치료를 서둘러라. 손이 비어있는 자는 주변을 경계, 그리고 구호팀에 연락하라]
[구호반은 이미 불렀습니다. 슬슬 도착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럼 이곳은 맡기겠다. 나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다]
아직 다른 메르헨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 대장은 총검을 주워서 방심하지 않는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이상 없음…… 응?]
순찰 중에 대장의 귀가 누군가의 발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숫자는 하나. 이족보행. 작다. 빠른 발걸음… 아니 종종걸음으로 뛰고 있나.
다가오고 있다.
그늘진 곳에 숨어서 다가오는 발걸음을 기다린다. 3…… 2…… 1……
[움직이지 마!]
[와앗!?]
발걸음이 지나가는 순간 뛰쳐나가서 뒤에서 총을 겨눈다. 메르헨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목소리 자체가 들린다면 위협은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여 소리 질렀지만 아무래도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부들부들 떨면서 양손을 들고 있는 것은 긴 검은 머리를 뒤에서 가볍게 묶은 백의의 여성.
[……뭐야, 선생이었나]
[으으…… 놀라게 하지 마세요… 대장]
돌아본 여성의 글썽거리는 눈에 대장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선생이라고 하는 그 여성은 여명 구호반의 반장이다. 아직 20대 중반의 여성 외과의로 젊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수술 실력에 더해 왠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하게 하는 상냥한 분위기로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여명 중심인물 중 한 명이다.
[왜 혼자서 온 거지. 위험하잖아]
[이쪽이 할 말이에요. 아무리 대장이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메르헨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그래서 부상이라도 입으면 저 화낼 거에요]
좀 전까지 울먹거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강하게 대장을 노려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신장 차가 너무 나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형태이지만. 평소에는 상냥하지만 위험한 일을 하면 진심으로 화내는 이 여성이 대장은 조금 어렵게 생각하면서도, 좋아했다.
[알았어 알았어. 돌아갈게]
[네. 함께 돌아가요]
반짝 웃는 선생을 데리고 순찰을 계속 할 겸 다른 루트를 통해서 돌아간다.
그리고 몇 번 코너를 돌았을 때 길 끝에는 한 마리의 메르헨이 있었다.
[물러서!]
선생을 등 뒤로 지키며 대장은 메르헨쪽을 보고 자세를 잡는다. 거리는 약 10미터. 가능하면 싸우고 싶지 않은 인간형이다. 어째서인지 골목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있다.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인가?
어떻게 할까. 혼자서 메르헨과 싸우는 것은 확실히 위험하다. 상처를 입은 짐승일수록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일단 후퇴해서 응원을 부르는 것이 좋을까. 대장의 그런 생각은 메르헨의 발밑을 보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저건……]
메르헨의 발밑에는 아기가 있었다.
한살인가, 두 살인가. 아직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아기가 울고 있다.
메르헨의 마수가 그 아기에게 뻗어져서-
반사적으로 대장은 자동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한 비장의 수단으로 아껴둬야 할 총알.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사용하는가.
풀오토 모드로 쏟아지는 총탄이 메르헨의 몸을 계속해서 꿰뚫어 메르헨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메르헨의 핑크빛 피가 아기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메르헨은 아직 살아있었다.
쓰러진 머리 옆에 바로 아기가 있다.
메르헨은 입을 열어 그 아기를 물어뜯으려고 한다. 설마 먹으려고 하는 건가.
[그만둬어어어!]
소리 지르며 대장이 달려간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도무지 닿을 거리가 아니다.
스스로의 몸에 처한 위기를 눈치챈 것인지 아기는 더욱 큰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 작고 작은 손이 하늘을 향해 파직… 하고.
머리가 깨졌다.
대장은 자신이 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확실히 머리가 부서졌다.
메르헨의 머리가.
아기가 내려친 작은 주먹이 아주 쉽게 메르헨의 머리를 깨버린 것이다.
메르헨은 이제 꿈틀거리지도 않는다. 확실히 절명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아기의 울음소리는 순수한 웃음소리로 변해있었다.
[대…… 대장? 어떻게 된 건가요……?]
선생의 떨리는 목소리에 대장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었다.
이제는 꺄악꺄악 하며 웃는 아기를 들어 올리며 메르헨의 피를 닦아낸다.
그게 기분이 좋았는지 눈을 뜬 아기의 눈동자가 대장을 바라봤다.
[……뭐야…… 이건……]
-신비한 핑크색으로 빛나는 그 눈동자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