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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츠우와 인어공주가 여명에 온 뒤로 약 1년이 지났다. 혈식소녀대는 금방 7명까지 늘어났다.
혈식소녀는 정확한 연령을 알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성장한 상태로 그 연령을 대충 가늠할 수는 있기에, 여명에서는 잠정적으로 혈식소녀의 연령을 정하고 있다.
그런 기준에 따라 현시점에서 최연장자는 11살인 빨간망토. 그 아래로 9살인 신데렐라, 6살인 츠우와 인어공주에 이어서 가장 어린 것이 5살인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 공주 ― 여명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쌍둥이 세 자매이다.
세 자매는 원래 해방지구에 있는 고아원에서 보호받고 있었다. 그 보호자로부터 아이들을 발견했을 때 눈이 분홍빛으로 빛났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여명은 곧장 고아원을 방문하여 혈식소녀라고 확인된 아이들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쌍둥이 세 자매였던 것은, 여명에게 있어서는 바라지 않았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혈식소녀는 메르헨을 상대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다. 몇 명이 있어도 곤란할 일은 없다.
박사는 그 때, 혈식소녀는 최소 7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프리즌에는 감옥탑을 중심으로 7개의 독방 에어리어가 있다.
그 독방 에어리어 하나하나에 “핵”이 존재하며, 그것이 메르헨을 생산하고 있다. 그 핵을 모두 파괴하고, 프리즌에서 독방 에어리어로 공급되고 있는 영양소를 감옥탑에 집중시킴으로써 탑을 성장시켜서 천장을 뚫는 것이 혈식소녀대의 최종 목표이다.
조사 결과, 각 독방 에어리어에는 메르헨보다 무서운 불사신 괴물 나이트메어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나이트메어를 쓰러뜨리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사는 혈식소녀라면 함께 죽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독방 에어리어에 한 명. 최소 7명의 혈식소녀가―― 희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기는 하지만,
[혈식소녀대. 생각보다 빨리 7명이 모였네요]
조용한 연구실에 안경을 쓴 백의의 여성 미코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구호팀의 팀장이면서 혈식소녀의 컨디션 관리 등도 맡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여명에서 혈식소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미코의 목소리에서는 혈식소녀가 늘어난 것을 기뻐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 상대인 박사를 약간 나무라는 듯한 냉철함이 서려 있다.
그 말을 들은 박사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미코를 돌아보았다.
[미코군, 그렇게 무서운 목소리를 내지 말아주게. 알고 있어. 그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 무리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네. 물론 희생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어. 그것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야겠지…… 어쨌든 혈식소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아……]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옮긴 책상 위에는 혈식소녀에게서 채취한 혈액 샘플과 그 분석 결과를 기록한 종이가 놓여 있다.
[언젠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거야. 최소한 그때까지는 그 아이들이 되도록이면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자라길 바라고 있다네. 그런 점에선 미코군을 믿고 있어. 같은 여성이 아니면 신경 써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
[……네]
미코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린 소녀들에게 인류의 희망이라는 너무나도 큰 짐을 짊어지게 하려는 것을, 여명의 사람들 모두가 애처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렇고 박사님. 그 고아원에 관해서입니다만]
[응? 무슨 일이 있나?]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종교성을 띠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홍채이색증이 있는 미치루란 소녀를 누군가가 ‘오오히메’ 라는 등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교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흠……]
[그 동생인 치아키라는 소년은 스스로를 ‘히츠카’라고 부르면서, 오오히메의 측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양이에요. 어느 쪽이든 아이들이라서 자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누군가에게 어떤 목적을 위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뭔가 구체적인 문제가 나오고 있나?]
[아직이요. 활동 자체는 지금까지와 같고, 가끔씩 미치루가 신탁 같은 것을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당분간은 지켜보기만 해도 충분하지 않겠나? 고아원의 활동에는 이쪽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말이야. 사람들에게는 여명뿐만 아니라 그쪽도 필요하거든]
[네…… 그건 뭐 상관없습니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신경 쓰이는 것?]
[세 자매입니다. 그 아이들은 원래 미치루나 치아키와 사이가 좋았던 모양이라, 지금도 고아원…… 지금은 ‘태양교단’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곳으로 놀러 가곤 합니다]
[뭐,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최근에는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가는 것 같아서…… 미치루는 지금 교단 안에서 신성시되고 있는 듯하니, 장래에는 뭔가 문제의 씨앗이 될지도 모릅니다]
[흠……] 미코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박사는 턱에 손을 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이가 비슷한 아이라면……]
[츠우와 인어공주입니다]
츠우와 인어공주는 처음에는 혈식소녀대의 최연소 멤버였다. 하지만 세 자매가 오게 되어 한 살 언니라는 입장이 되었다. 정확한 연령은 모르지만, 아마도 세 자매가 한 살 정도 어릴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동생이 생겨서 기뻤던 츠우와 인어공주는 빨간망토나 신데렐라보다도 세 자매와 함께 노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세 자매는 츠우와 인어공주를 자신들이 있던 고아원으로 데려가서 친한 사이인 미치루와 치아키를 소개해주었다.
처음 미치루를 만났을 때, 츠우는 놀랐다.
[너…… 눈동자 색이……!]
[와…… 너, 나와 같은 눈을 하고 있구나]
츠우의 눈은 오른쪽이 빨강, 왼쪽이 파랑으로 좌우가 다른 색을 띄고 있었다. 츠우는 인어공주에게 [정말 예쁜 눈동자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으며, 인어공주가 칭찬해준 자신의 눈동자 색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같은 눈동자 색을 지닌 미치루와 만난 것은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물론 놀란 것은 츠우뿐만이 아니다. 다른 혈식소녀들도, 그리고 치아키도 놀라고 있다.
[누나와 눈동자 색이 같은 사람이 있었다니……]
[우후후. 기쁜걸. 나는 미치루라고 해. 이쪽은 동생인 치아키. 너는?]
[아, 나는 츠우. 그리고 이쪽이]
[인어공주예요. 잘 부탁합니다]
[츠우와 인어공주…… 그렇구나. 너희들도 그랬구나]
어딘가 꿈을 꾸는 듯한 말투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미치루. 지금까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 타입이었기에, 츠우와 인어공주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어라? 하지만, 너는……]
그러자 미치루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갑자기 츠우를 껴안았다.
[엑!?]
[에……!]
놀라는 츠우와 말문이 막힌 인어공주. 미치루는 신경 쓰는 듯한 기색도 없이 츠우의 머리카락에 코끝을 들이댔다.
[킁킁……]
[자, 잠깐, 이러지 마――]
미치루를 손으로 밀어내려 하던 츠우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라?)
츠우의 머릿속에서, 뭔가 신비한 감각이 떠올랐다.
(뭐지, 이 느낌은…… 이 사람은……?)
말없이 껴안고 있는 두 사람. 마침내 미치루가 고개를 들어 츠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너――]
[아, 안 돼――!]
큰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을 떼어 놓은 것은 인어공주였다.
[고, 공주!?]
[츠우는 내 왕자님이란 말이야!]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미치루와 치아키. 츠우와 너무 친하게 지내면 인어공주가 질투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세 자매는 서둘러 인어공주를 진정시키려 했다.
[지, 진정해! 인어공주! 미치루는 츠우를 뺏어가지 않으니까!]
[맞아요! 미치루 언니는 정말 친절해요!]
[으……응……!]
제정신으로 돌아와 얼굴이 새빨개지는 인어공주.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자 미치루가 밝게 웃기 시작했다.
[우후훗, 아하하하. 그렇구나. 츠우는 인어공주의 왕자님이구나. 인어공주는 왕자님과 맺어졌구나. 멋진 일이야]
그 미소가 정말로 상냥하고 기뻐 보여서.
츠우도 인어공주도, 잠시 동안 넋을 잃고선 멍하니 미치루를 바라보았다.
[그럼 모두 함께 놀자! 치, 괜찮지?]
[그래, 그럴까.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다양한 방식으로 놀 수 있을 것 같아. 뭘 해볼까]
치아키는 나뭇가지로 지면에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누나보다 동생 쪽이 더 철이 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츠우였다.
뭘 하면서 놀지가 정해져 팀을 나누고 있을 때, 조용히 츠우 곁으로 다가온 치아키가 어깨를 툭 하고 건드린 뒤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츠우, 앞으로 잘 부탁해. 서로 큰일이겠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뭐든지 상담해줘]
[어? 응. 알았어. 고마워]
어째서 치아키가 자신에게만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이때의 츠우는 알 수 없었지만, 치아키의 목소리가 상냥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 이때의 치아키는 츠우를 남자라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츠우는 [왕자님]으로서 기뻐해야 할지 [혈식소녀]로서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엄청나게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준비가 다 됐으면 우리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
[네]
어느 날의 연구실.
실험용 옷으로 갈아입은 츠우는 명령대로 우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실험을 좋아하는 혈식소녀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혈식소녀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납득은 하고 있다. 마치 동물이 된 것만 같은 기분 속에서 우리 바깥쪽을 바라보며, 츠우는 박사의 지시를 기다렸다.
우리 안에는 금속으로 만든 수납장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분홍색 액체가 담긴 시험관이 몇 개 놓여 있다. 내용물은 언제나처럼 메르헨의 피일 것이다.
[그럼 시작하자. 우선 1번 피를 핥아보도록]
처음에는 메르헨의 피를 핥아야 한다는 것이 불쾌했지만, 어느 샌가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메르헨의 피는 달콤하고 맛있었다. 달콤한 것을 먹을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조금 기대가 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명령대로 피를 핥는다. 몸이 고양되는 감각. 아마도 내 눈은 지금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겠지. 츠우는 멍한 얼굴로 그런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피를 핥은 후에 시키는 대로 여러 가지 행동을 해야 했지만, 오늘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서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좋아. 그럼 이번엔 두 번째 피를 핥아보도록]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지시가 내려온다. 그대로 두 번째 시험관을 손에 든 츠우.
(……어라?)
그 피를 입에 댄 순간 뭔가 아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뭐지? 냄새가 달라? 왠지 이쪽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그 피를 핥는다. 몸이 고양되는 느낌은 감각은 같다. 하지만.
(이 느낌…… 어디선가……)
자신의 몸이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은, 이 느낌은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은 아마――
[……아]
그리고 츠우는 그것을 기억해냈다. [별일이네. 둘이서만 만나자고 하다니]
3일 후. 츠우는 고아원 뒤편에서 치아키와 만났다.
츠우의 성별을 착각한 치아키는 같은 남자라는 이유에서, 츠우에게 특별히 잘 대해주었다. 츠우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겉으로 보이는 태도를 바꾸거나 하지 않고, 믿음직한 오빠와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츠우는 치아키에게 상담을 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번의 실험에서 수수께끼의 피를 핥았을 때.
미치루가 껴안았을 때와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