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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여명 해방전선…… 통칭 [여명]. 이는 살아 있는 지하감옥 [프리즌]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메르헨에 대항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내고 있는 조직이다.
메르헨이나 프리즌, 혈식소녀들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연구팀]. 남아 있는 소량의 무기를 운용하여 메르헨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자경대]. 무기 외에도 건물이나 전기, 수도 등의 인프라를 유지 보수하는 [정비팀]. 식량의 분배나 쓰레기 처리 같은 업무를 처리하며 일상의 질서를 지키는 [생활팀].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구호팀].
이러한 조직들로 구성된 여명의 노력 덕분에 확보된 생활 구역을 사람들은 [해방지구]라 부르고 있다.
해방지구에 있는 여명 본부 건물의 내부. 그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연구소의 방 안에서, 연구팀의 팀장이면서 여명의 중심 인물이기도 한 [박사]가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 상처를 입은 백의 차림의 노인은, 등을 구부정하게 굽힌 자세로 묵묵히 글자를 눈으로 좇고 있다. 그 등을 향해 한 명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뭘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어?]
[음…… 아, 하루 군인가]
박사에게 말을 건 것은 부스스한 머리에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안대를 쓴 남자. 정비팀 주임 하루다. 하루는 여명 안에서도 박사와 특히 친하고, 혈식소녀 이외에는 유일하게 박사를 상대로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는 존재였다.
박사는 힐끔 뒤를 돌아보며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지난번 탐색에서 책을 대량으로 입수했잖아? 그 중에서 아무래도 츠우 군의 뿌리인 듯한 이야기를 찾아서 말이지]
[호오. 그건 역시 동화인가?]
[그런 것 같군. 유우즈루라는 책인데, 그 안에서 츠우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역시 츠우군도 빨간망토나 신데렐라와 같은 존재인 거야]
혈식소녀. 그것은 이 프리즌 안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녀들이다. 메르헨의 피가 몸에 묻으면 눈이 분홍빛으로 빛나며 신체 능력이 대폭으로 향상되는 존재. 메르헨에 대항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서, 여명에서도 그 무엇보다 공을 들여 연구를 하고 있는 대상이다.
혈식소녀들은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의 이름만은 어째서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반드시 어떤 동화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이었다.
첫 번째 혈식소녀, 빨간망토. 두 번째, 아직 다른 멤버와는 얼굴을 마주친 적이 없는 신데렐라. 세 번째는 최근에 발견된 인어공주. 그리고 네 번째가 츠우.
빨간망토, 신데렐라, 인어공주가 등장하는 동화는 박사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츠우]는 어떠한 동화인지 알 수 없었다.
[츠우라는 건 원래는 함정에 걸렸던 학이야.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찾아가 자신을 신부로 삼아달라고 하는 이야기지]
[과연. 인어공주가 갑자기 프러포즈를 받은 건 그래서인가? 하지만, 구해진 건 인어공주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확실히 그 부분이 앞뒤가 안 맞기는 하지만…… 뭐, 혈식소녀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그래도 혈식소녀가 한 번에 두 명이나 발견될 줄은 몰랐어. 이것으로 혈식소녀는 4명. 앞으로는 연구의 폭이 넓어지겠지]
연구자로서 눈을 반짝이는 박사를 향해, 하루는 조금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애들밖에 없어. 너무 지나치게만 하지 말라고]
[물론이다. 그녀들은 큰 희망이니까]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박사가 말했다. 분명 박사는 아버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혈식소녀들을 소중하게 키워 온 것이 사실이다. 연구도 가능하면 위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곤 해도, 슬슬 한 발자국 더 내밀어도 되는 시점이겠지. 걱정하고 있었던 혈식소녀 간의 접촉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다면?]
[그래. 빨간망토와 신데렐라를 만나게 해보지]
[자, 서로 자기소개를 하렴]
파란 머리의 어린 소녀가 수줍은 듯이 박사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빨간망토는 눈을 반짝였고, 츠우와 인어공주는 서로 손을 잡은 채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신데렐라라고 합니다]
[아빠! 이 아이 혹시……]
[맞아. 빨간망토야. 너와 같은 혈식소녀란다]
[역시! 신데렐라 만나서 반가워! 나는 빨간망토야!]
[꺅!]
빨간망토는 신데렐라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당황하는 신데렐라의 얼굴을 보며 츠우와 인어공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뭔가요 대체! 아파요! 놔주세요!]
[귀여워! 말투도 귀여워! 신데렐라! 아빠, 어째서 이렇게 귀여운 애를 지금까지 계속 비밀로 한 거야!?]
[미안하다. 혈식소녀에 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거든. 혈식소녀가 서로 만나게 됨으로써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을 했었지만…… 츠우 군과 인어공주와 만난 덕분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맞아! 이렇게 귀여운걸! 나쁜 일이 생길 리가 없어!]
빨간망토는 기쁜 듯이 신데렐라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고 있다. 처음에는 쑥스러움을 감추듯이 떨어져 달라고 외치던 신데렐라도, 점점 진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잠깐 이제 슬슬…… 뜨거워! 볼이 뜨거워!]
[자, 빨간망토. 신데렐라가 곤란해하잖아. 슬슬 놔줘]
부끄러움을 넘어서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신데렐라를 보고 츠우가 빨간망토를 살며시 떨어뜨렸다. 츠우는 빨간망토보다도 많이 어렸지만, 왕자님으로서의 자신을 훌륭하게 자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쉬움이 가득해 보이는 빨간망토로부터 겨우 해방된 신데렐라에게, 츠우는 자신을 소개했다.
[신데렐라, 만나서 반가워. 나는 츠우야]
[저는 인어공주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마……만나서 반가워요. 신데렐라입니다]
신데렐라는 츠우와 인어공주보다 연상이다. 자신보다 어린 두 사람이 제대로 인사하는 것을 본 신데렐라도 침착함을 되찾았다.
[당신들은 나와 같은 혈식소녀인가요?]
[응…… 그렇대. 우리도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맞아. 우리들은 모두 혈식소녀! 세 명 다 내 동생 같은 존재니까 나를 언니라고 불러도 돼!]
신이 난 빨간망토의 목소리를 들은 신데렐라의 표정이 굳는다.
신데렐라는 그때 자신의 표정이 왜 어두워졌는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상태를 옆에서 지켜보던 박사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근원에 있는 [신데렐라]라는 동화에서 신데렐라는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언니]
혈식소녀와 그 근원에 있는 동화. 과연 그 관계는……
[아니, 그런 딱딱한 느낌으로 부르지 않아도 된다니까! 하지만 그런 것도 나쁘지 않아! 신데렐라는 귀여워!]
[아아, 정말……!]
또 달라붙는 빨간망토 탓에 신데렐라의 어두운 표정도 사라진다.
[떨어져주세요! 떨어져요! 하아……하아…… 정말이지, 당신처럼 정신 없는 사람은 언니라고 부를 수 없어요!]
[에이∼ ……있잖아. 츠우랑 인어는 언니라고 불러줄 거지?]
[아니, 나도 [빨간망토]가 좋은데]
[츠우까지 그런……]
[나, 나는 부를게! 어, 언니!]
[인어! 인어 귀여워!]
빨간망토의 포옹의 마수가 이번에는 인어공주를 향해 뻗어 왔다. 그 모습을 본 츠우는 그 즉시 둘 사이에 끼어들어 양손을 벌려 인어공주를 지켜냈다.
[스탑! 공주를 안아도 되는 건 나뿐이야!]
[츠우, 부끄러워……]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한 인어공주. 아…… 그래 그래. 빨간망토는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츠우로부터 인어를 빼앗지는 않을게. 두 사람은 부부니까]
그 말을 듣고 신데렐라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부부? 츠우씨와 인어공주씨는 부부인가요?]
[신데렐라, 씨 같은 건 붙이지 않아도 돼. 맞아, 나는 공주의 왕자님이야]
[응. 나는 츠우의 공주님……]
[공주……]
[츠우……]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을 보던 신데렐라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츠우씨…… 츠우는 여자애잖아?]
[맞아. 하지만 여자애가 왕자님이 되면 안 된다고 누가 정했어?]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짓는 소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 대사가 술술 나오게 된 것을 보니 착실히 왕자님으로서 진보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츠우가 나한테 신부로 삼아달라고 했어. 그래서 나는 왕자님이 되어준다면 괜찮다고 대답했고]
[그래서 왕자님이 된 건가요?]
[응. 그렇게 우리들은 겨, 겨……]
[……결혼한 거지? 츠우?]
뺨을 붉히면서 방긋 웃는 인어공주. 츠우는 그 이상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여자아이끼리 결혼이라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한 신데렐라였지만,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점점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좋네요. 저도 언젠가는 멋진 왕자님에게……]
[안 돼! 남자는 늑대야! 짐승이야! 신데렐라에게는 내가 있다니까!]
[아아! 정말!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볼은 이제 그만……!]
츠우와 인어공주. 빨간망토와 신데렐라. 사이 좋게 지내는 혈식소녀들을 바라보던 박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방지구의 구석에, 건물이 하나 있다.
아직은 이름도 붙지 않은 커다란 고아원이다.
이 도시가 지하로 가라앉은 지 십수년. 메르헨의 인간 사냥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반대로 아이를 잃은 어른들이 그런 아이들을 보호하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곳에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 고아원은 여명의 설립보다도 훨씬 더 전, 아직 메르헨에 대항할 방법도 없어 혼란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몸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쳤던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데 모여 힘을 합친 사람들은, 지옥의 밑바닥과도 같은 이 지하감옥에서도 조금씩 질서를 만들어 나갔다. 여명이 생긴 후에는 연계를 취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특화시켜, 지금에 이르러서는 여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요한 인류의 거점이 되어 있다.
이 고아원에는, 특히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다섯 명의 아이가 있었다.
[백설, 잠아! 여기야 여기!]
[엄지 언니, 기다려주세요~]
[…………]
밝고 활발한 첫째, 소심한 성격의 둘째, 말수가 적고 마이페이스인 셋째.
2년 전에 이곳에 오게 된 세 쌍둥이 자매.
이름은 각각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 공주.
이 세 명에 미치루와 치아키라는 남매를 더한 5명이 사이 좋게 노는 모습은, 항상 어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다.
그 다섯 명이 터무니없이 무겁고 거대한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