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5화

감옥탑의 조사를 위해서 간부와 자경단의 정예가 없는 여명 본부에서는 남은 멤버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사단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뭔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결국 그날 조사단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사에 2~3일이 걸리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아무 일도 없기만을 사람들은 기도한다.
하지만 그 기도는 하늘에 닿지 못했다.
다음날 점심. 여명의 의무실에 한 명의 남자가 실려 왔다. 남자는 어떤 원인으로 오른쪽 눈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 같았으나, 스스로 감았는지 매우 엉성하게 감긴 붕대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심한데…… 바로 치료하겠어]
구호팀의 팀장인 [선생]은 간부로서 조사단에 동행했기 때문에 지금은 없다. 그때 마침 구호팀에 있던 것이 선생을 따라서 장래에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소녀. 아직 10대 전반인 젊은 나이임에도 응급처치 등은 선생에게 확실히 배웠다.
그 소녀가 남자의 붕대를 떼어내려고 하자, 남자는 그 손을 치우며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다…… 그보다 여명 각 팀의 팀장 대리를 모아줘. 지금 당장]
[에……?]
의아해하며 눈썹을 모으는 간호사. 여명의 간부가 다 나간 지금 팀장 대리가 그대로 간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모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이야? 아저씨 누구야?]
소녀의 말에 남자는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나는 여명 간부인 [박사]다]
놀라는 소녀. 여명 간부인 박사라고 하면 프리즌과 메르헨 연구의 제1인자. 사람들이 메르헨에게 이기고 이 프리즌에서 탈옥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인물이다. 소녀는 언제나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던가, 던전 탐색을 위해 나가 있는 경우가 많은 박사를 직접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아저씨가 박사…… 감옥탑의 조사는 어떻게 됐어? 조사단은?]
그렇다. 박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조사단은 어떻게 된 거지? 벌써 돌아온 걸까? 당연한 질문을 하는 소녀에게 박사는 괴로운 듯이 표정을 찌푸리며.
[조사단은…… 나를 제외하고 전멸했다……]
[……에?]
박사가 한 말의 의미를 소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대장도, 선생도, 조수도, 두목도, 엄마도…… 대원들도 전부 죽었다. 나만을 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도망치게 해줬다……]
[……거짓말]
[거짓말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럴 리가 없어. 선생이 감옥탑에는 메르헨이 없다고 했어. 반드시 모두 함께 돌아올 거라고 말했어. 아저씨 거짓말하는 거지? 박사라는 것도 거짓말이지]
[그렇군, 너는 내 얼굴을 모르는구나…… 조금 더 간부 이외의 멤버와도 교류를 해뒀으면 좋았을걸……]
한숨을 쉬며 머리를 흔드는 박사. 소녀는 박사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아무튼 각 팀의 팀장 대리를 모아줘. 그러면 모두에게 얘기하겠다…… 내 얼굴을 아는 사람도 한 명 정도는 있겠지……]
[얘기하다니…… 뭘?]
내가 감옥탑에서 본 것을 전부. 대원들이 어떻게 전멸했는지. 그리고 그――]
박사는 오른쪽 눈에 감긴 피에 젖은 붕대에 손톱을 세운다.
[――[스나크]에 관해서]

[반드시 박사를 도망치게 하라! 박사만은――!]
대장의 목소리는 박사에게도 들려왔다. 앞에는 대량의 메르헨. 뒤에는 어둠을 두른 한 마리의 거대한 메르헨. 대장이 어느 쪽을 돌파할지 고민한 것은 잠깐뿐이었다.
[S사이즈에게 집중포화해서 퇴로를 열어라! 전부 발사해도 상관없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은 메르헨보다도 단 하나의 거대 메르헨쪽이 위협적이라고 대장은 판단한 것이다. 대장의 명령에 따라 대원들은 박사를 지키면서 메르헨의 무리에게 총탄의 비를 내렸다. 작은 메르헨은 그만큼 쓰러뜨리기 쉽다. 아낌없는 공격에 메르헨의 무리가 갈라지며 돌파구가 열린다.
[중앙돌파! 박사를 탑 밖까지 내보내라! 뒤는 내가 지킨다!]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대장은 뒤를 돌아봤다.
퇴로의 저편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거대 메르헨. 그 발밑에 풀오토로 총탄을 쏟아붓는다. 거대 메르헨의 하반신은 동체나 팔에 비하면 극단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그곳을 노려서 쓰러뜨리려고 한 것이다. 결국, 그 의도는 성공하여 거대 메르헨의 언밸런스한 몸이 쓰러졌다.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좁은 통로에서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됐다. 이대로 메르헨을 몰아내고 전력을 다해서 달리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거대 메르헨의 주변의 어둠이 꿈틀거리며 대장을 향해서 덮쳐왔다.
위험을 느낀 대장은 몸을 날리며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뛰어라! 삼켜진다!]
달리는 대원들의 뒤에서 뻗어 나온 어둠의 손이 순식간에 대원들을 따라잡아 달라붙는다.
[아?]
그 대원의 몸 일부가 어둠에 만져진 그 모양대로 사라졌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피부나 고기나 뼈를 잃은 몸은 피와 내장을 흩뿌리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여기저기서 어둠에 삼켜진 대원들이 똑같이 절망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뭐…… 뭐야… 대체 뭐냐고 넌……!]
어둠을 향해 대장이 무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메르헨이 인간의 말에 대답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스나크….. 부줌이야]

어둠은 그렇게 답하고
이어서 대장을 집어삼켰다.

[……그러던 중에 나와 몇 명의 대원만이 간신히 아래층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아래층에도 메르헨이 있었기에, 대원들은 또다시 나를 지키면서 싸웠고, 나를 도망치게 하려고 죽었다. 나만 겨우 밖으로 도망칠 수 있었지……]
박사의 이야기를 들은 여명의 팀장 대리들은 그 너무나도 무서운 내용에 모두가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럴 수가…… 그런 것이 있다면 이제 인간은 끝 아닌가……]
[어떻게 되는 거야…… 어째서 우리가 이런 꼴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러게…… 모두 죽었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절망이 방을 지배한다. 여명의 간부들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희망 그 자체였다. 그들이 일제히 목숨을 잃은 일은 이 지하 감옥에서 또다시 태양이 사라진 것과 같은 절망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박사만이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
[여명을 재편성한다]
그 말에 팀장 대리들은 힘없이 쳐다봤다.
[사람들을 모아, 그 중에 능력이나 인격이 뛰어난 자를 골라서 간부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이어받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여명을 만드는 거다]
박사의 말에 찬성하는 목소리는 없다. 모두가 지치고 겁먹은 것이다. 이제 메르헨과 싸울 기력 따위는 없다. 마음이 꺾여버렸다.
하지만 박사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지금까지 메르헨을 가볍게 보고 있었다. 인류는 아직 메르헨에게 이길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한층 더 연구를 계속하겠다]
엉망이 된 백의 안에서 손바닥 정도의 크기의 병을 꺼내는 박사. 병 안에는 무언가의 고깃덩이 같은 것이 들어있다.

[탑에서 가져온 샘플이다. 이것을 조사하면 분명히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메르헨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확립해 다시 한번 감옥탑에 도전하는 거다]
유치원 같은 방에 있었던 알뿌리 같은 물체. 그 조각을 박사는 가지고 돌아왔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타인에 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프리즌과 메르헨과 같은 흥미로운 것들만 연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관심 없었던 타인들이 목숨을 바쳐 나를 구해줬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박사는 머리를 숙였다.
[한 번 더 [여명]을 만드는 거다. 나에게 협력해다오]

그로부터 1년 동안 박사는 여명을 재편성했다.
용기와 신념을 가진 지원자를 모집하고, 박사 스스로도 유능한 인재를 찾아서 스카우트했다. 연구실에 틀어박히는 것을 관두고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교류를 가졌다. 박사의 활동이 성과를 이뤄내어, 재편성된 여명에는 초기 멤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인원이 모여들었다. 초기 간부들이 확립시킨 노하우를 이용해 생활 기반을 향상시키고 여명의 전멸로 거칠어진 인심을 다시 한번 자치가 가능한 수준까지 재정비했다.
또한, 박사의 연구는 급격하게 진행되어 프리즌과 메르헨에 관해서 몇 가지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냈다.
우선 감옥탑 내부의 유치원의 방에서 찾은 알뿌리 같은 것은 프리즌과 메르헨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심장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탑뿐만 아니라 각 던전에도 한 개씩 존재하여, 그것을 파괴하면 주변에서 메르헨이 태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박사는 이것을 [핵(코어)]라고 이름 붙였다.
다음으로 탑에 나타난 거대 메르헨은 그 핵을 수호하는 것으로, 핵에서 항상 대량의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그 때문에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지만, 핵을 파괴하고 난 다음이라면 죽일 수 있다. 박사는 이것을 [나이트메어]라고 불렀다.
또한, 메르헨과 나이트메어의 피는 감옥탑의 감옥탑을 성장시키기 위한 영양소가 되며, 탑 내부에 대량의 피를 뿌리면 언젠가 성장한 탑이 지하 감옥을 감싸고 있는 막을 뚫고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이것들은 아직 가설 단계에 지나지 않으나, 어떠한 조건이 모이면 증명할 수 있다고 박사는 말한다.
그 어떠한 조건이란
메르헨을 물리치고 핵과 나이트메어를 파괴하고, 대량의 피를 뿌릴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존재.
보통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잘 알았다.
그렇다면――

여명 본부 연구소 내부.
두꺼운 강화 아크릴로 만들어진 실험용 케이지 안에 포획된 S사이즈 메르헨이 붙잡혀있다. 이미 충분히 힘이 빠져 약해진 것 같다.
그 밖에 있는 것은 박사와 6살 정도의 소녀. 지금은 죽고 없는 대장이 주워와서 여명에서 키운 고아다.
[아빠, 괜찮아!]

소녀는 박사에게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는 소녀에게 시험관을 건넸다. 안에는 핑크색 액체.
메르헨의 혈액이다.
소녀는 시험관의 내용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눈동자가 순간 핑크빛으로 빛나며 소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기 시작한다.
[……아핫, 아하하하하하!]
소녀는 자신의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좋아, 괜찮아]
박사는 실험용 케이지의 2중 문을 열었다. 소녀가 그 안으로 들어가 바깥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후, 내부의 문을 열어 메르헨이 있는 장소로 들어갔다.
인간이 들어온 것을 눈치채고 메르헨이 움직인다. 아무리 약해져 있다고 해도, 이런 작은 소녀는 순식간에 살해당할 것이다.
예상대로 소녀는 순식간에――
[아하하하하! 이얏!]
소녀는 순식간에 메르헨을 움켜쥐고 지면에 찍었다.
아직 부들부들 경련하는 메르헨을 있는 힘껏 짓밟았다. 메르헨은 소녀의 발 밑에 짓뭉개져 핑크색 피를 뿜었다.
[아빠, 해냈어! 잘했어?]
[음…… 잘했다]
기쁜 듯이 말하는 소녀에게 박사는 상냥한 눈빛을 보낸다.
[착하구나, 빨간망토야]

메르헨을 쓰러뜨리고 핵과 나이트메어를 파괴하고 대량의 피를 뿌리는 것이 가능한 존재.
박사는 그녀를 [혈식소녀]라고 불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