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3화

자치단체 [여명] 본부.
지상과 격리되어 지하감옥으로 변한 이 도시 속에서 전기 공급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이다.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여명 멤버 외에 노인과 아이들, 부상자들이 모여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다.
이 거대한 건물 안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연구실 안의 미팅 스페이스. 그곳에 여명의 주요 멤버인 6인의 인물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바쁘다. 빠르게 끝내줘]
연구팀의 팀장. 통칭 [박사]. 연령은 40대 중반. 깡마른 볼에 생기가 없는 얼굴이 척 봐도 틀어박혀 연구하는 연구자 같은 모습이다. 흔히 천재라고 불리는 부류의 인간으로 프리즌이나 메르헨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 난해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자자, 박사님… 중요한 회의랍니다]
박사의 제1 조수. 통칭 [조수]. 연령은 30대 전반. 그 풍모는 박사와 비교하면 건강하긴 하지만, 역시 어딘가 믿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두뇌는 박사와 필적할 정도로 여명이 결성되고 약 1년 후에 소속되자마자 바로 박사가 유일하게 스스로 지명한 조수이다.
[오늘은 특히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자경대의 대장. 통칭 [대장]. 연령은 30대 후반. 다부진 몸과 예리한 표정이 그것만으로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그 몸으로 메르헨들과 싸우면서 사람들을 지키는 전투부대의 리더다. 여명을 조직한 것은 그라고 할 수 있다.
[뭐야,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정비팀의 팀장. 통칭 [두목]. 연령은 50대 후반. 그 이름이 말하듯이 완고한 장인이라는 단어를 의인화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살기 위한 건물이나 전기, 수도 같은 인프라를 정비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빈틈없이 통솔하고 있다.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면 다행일텐데……]
통칭 [엄마]. 연령은 20대 후반. 조금 통통하면서도 그것이 포용력을 느끼게 한다. 식량의 확보와 분배, 그리고 쓰레기 처리 같은 일상과 가까운 생활 속의 규정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지키도록 주의를 주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작은 불만이나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메르헨의 피해는 서서히 적어지고 있습니다]
구호팀의 팀장. 통칭 [선생]. 연령은 20대 중반. 젊지만 실력 좋은 여성 외과의…라는 직함이 가진 영리한 느낌과는 다르게 자애로 가득 찬 미소로 메르헨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하는 지하감옥의 나이팅게일이다.
박사, 조수, 대장, 선생, 두목, 엄마.
이 6인이 여명을 움직여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키고 있는 주요 멤버였다.

여섯 명은 이렇게 정기적으로 모여서 활동 보고나 정보 교환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가장 깊은 곳의 연구실에서 이뤄지는가 하면 이유는 박사에게 있다. 박사는 연구를 위해서라면 메르헨의 소굴에도 나가지만,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는 이 연구실을 나갈 생각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박사는 여명의 주요 멤버 이외에는 얼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이다. 그래서 박사가 연구실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 탓에, 미팅 장소도 필연적으로 이곳이 되는 것이다.
[그럼 시작하죠. 우선은 각 팀의 보고부터]
미팅의 의장은 언제나 조수가 담당한다. 이것도 적재적소이다. 그의 말을 듣고 각 팀이 각각의 활동 보고를 하면, 선생이 말한 대로 최근에는 메르헨의 피해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명의 활동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 특히 중요한 것은 대장의 보고였다.
[그럼 보고한다…… 감옥탑에 대한 침입이 성공했다]
미팅룸에 긴장이 흘렀다.
프리즌에 기생 당한 도시는 꼬여있는 감옥탑을 중심으로 7개의 에어리어로 나눠져 있으며, 각각의 에어리어에 있는 비틀린 도시의 일부가 메르헨의 둥지나 인간의 수용소로 쓰이고 있다. 여명 멤버는 그것들을 합쳐서 [던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박사는 연구를 위해서 조수나 자경대와 함께 각각의 에어리어에 있는 던전에 대한 침입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메르헨에게 방해당해서 중간에 퇴각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조사는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7개의 던전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한 박사 일행은 드디어 감옥탑에 대한 침입에 성공한 것이다.
활기에 찬 두목이 몸을 내밀면서
[어땠지? 예상대로였나?]
[우선 3층 부분까지 탐색했지만…… 예상대로였다. 역시 저 탑은 텅 비어있을지도 모른다]
여명은 감옥탑이나 던전으로부터 메르헨이 나오면 금방 알 수 있도록 인원을 배치하여 입구를 감시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수단은 망원경 등의 아날로그 수단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감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감옥탑에는 1년 이상 메르헨의 출입이 전혀 없었다.
어쩌면 탑 안에는 메르헨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 의문이 생긴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로부터 충분한 기간 동안 감시를 계속하여 역시 메르헨의 출입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이번에 자경대의 소수 정예가 조사를 위해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대규모 조사대를 조직하여 본격적으로 감옥탑을 올라가는 것을 제안한다]
그것이 이번 미팅의 제일 중요한 의제였다.
[박사, 저 탑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거지?]
말없이 끄덕이는 박사. 이어서 조수가 보충 설명을 한다.
[탑의 성장도 늦어지고 있습니다만 역시 아직 서서히 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팀의 조사로는 이 도시는 지표로부터 600미터 이상 지하에 가라앉아있다. 그것에 대해서 감옥탑은 기생 되기 전에는 원래 250미터 정도의 고층빌딩이었지만, 프리즌에 기생 된 후에는 비틀리면서 자라기 시작해 지금은 300미터를 넘어섰다.
[기생 당한 건물 중에서 저 탑만이 다른 것과 너무나도 다르다. 저 탑에 조사단을 보내면 반드시 뭔가를 알 수 있을 거야]
결의에 가득 찬 대장의 목소리에 멤버들은 말이 없었다. 누구나가 분명히 언젠가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해]
침묵을 깬 것은 엄마였다.
[메르헨이 없어도 내부가 어떤지 알 수 없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극적으로 동의한 것은 선생이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입장 상 찬성할 수 없다.
[그럼 계속 이렇게 메르헨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살아가는 건가? 이대로 가면 언제까지나 우리는 이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대장의 반론에 선생도 엄마도 다시 입을 다문다. 당연하지만 대장의 말이 옳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박사는 어떻게 생각하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나는 찬성이다. 이곳에서 이것저것 머리를 쓰는 것만으로는 연구에도 한계가 있다. 주변의 던전은 대부분 둘러봤다. 적의 품에 들어가 직접 샘플이나 뭐나 조사할 수 있다면 연구도 크게 진행되겠지]
[……저도 찬성입니다. 아마도 프리즌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식물과 같은 것…… 메르헨은 가지에서 떨어지는 열매와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리즌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도 줄기를 조사하는 것이……]
[두목은?]
[뭘 물어보는 거지.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일단 돌격해보면 되는 거야. 메르헨 녀석들과 전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다수결이라면 4대2. 조사대 파견은 가결이다. 하지만 역시 여성진은 결심이 안 서는 것 같은 듯, 하지만 딱히 반론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하고 있다.
그런 여성들에게 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목적은 조사이고, 적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교전은 하지 않는다. 조사대는 자경대에서 최정예 멤버로 골라서 간다. 10인의 대원에게 한 명의 분대장을 붙인 분대 3개로 이뤄진 소대다. 물론 소대장은 내가 가겠다. 무기도 탄약도 가지고 갈 수 있는 만큼 가지고 간다. 장비는 두목에게 완벽하게 정비를 받고 가겠어. 위험해지면 금방 돌아온다…… 어때?]
대장은 안전을 중시하겠다는 것을 강조하여 여성 두 명을 설득한다. 조사대를 지휘하는 것이 대장이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론이 없었으며, 남은 세 명도 대장에게 설득을 맡기고 있다.
이윽고 고개를 든 선생의 눈에는 강한 결의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단, 저도 함께 가겠어요]
그 말을 듣고 대장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건…… 안 돼. 방해만 될 거야]
[그게 목적입니다. 발목을 잡는 제가 있으면 절대로 무리는 하지 않으시겠죠?]

그렇게 말하고 활짝 웃는 선생.
[그리고 지금까지도 박사님 일행과 던전을 조사했었잖아요. 저는 박사님보다는 체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음……]
씁쓸한 표정을 짓는 박사와는 반대로 선생은 미소 지은 채로
[저를 지키기 위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그렇다면 찬성하겠어요]
저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말하면서 실제로는 대원을 지키기 위해서다. 발목을 잡는 자가 있다면 퇴각의 기준도 굉장히 느슨해진다.
[그…… 그럼 나도 가겠어! 도시락도 만들게!]
[그래, 그렇다면 우리 전원이 다 가자고. 여명의 리더로서 말이야]
[엄마…… 두목까지……]
남은 멤버가 이어서 찬동한다. 이것으로 다수결은 5대1.
대장은 팔짱을 끼고 생각한다.
선생 말대로 확실히 박사와 조수는 조사대에는 빼먹을 수 없는 멤버이다. 선생과 두목의 실력은 중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고, 엄마는 함께 있으면 대원들의 사기도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대장에게는 결코 체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박사 일행을 지키면서 희생 없이 던전을 조사해온 실적과 자부심도 있었다.
드디어 대장은 양손을 들고 항복했다.
[알겠어…… 모두 함께 가자. 단, 훨씬 더 시간을 들여서 안전을 확인한다. 그리고 탑 안에 메르헨이 없다고 확신한 다음이야]
누구의 반론도 없었다. 이렇게 조사대의 파견이 결정되었다.
[그럼 다음……]
조수가 다음 의제로 넘어가려고 한 그때.
연구실 안쪽에 있던 문 너머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어머 일어났구나]
엄마가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나 문 너머로 사라진다. 얼마 지나서 울음소리가 멈추고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잘 됐어. 저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두죠]
연구실 안쪽에서 기르고 있는 것은 2년 전에 대장에 주워온 아기이다.
― ―메르헨의 머리를 맨손으로 으깨버린 눈이 핑크빛으로 빛나는 그…
2년간 여러 가지 조사가 이뤄졌다. 그 아기는 메르헨의 혈액을 주면 눈이 핑크색으로 빛나며 성격이 흉포해지고, 신체 능력이 대폭으로 향상된다. 하지만 결국 그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고 일단은 평범한 인간으로서 키우고 있었다.
[뭔가 알아냈나?]
[아뇨...... 하지만 얼마 전에 처음으로 말을 했습니다]
[와! 뭐라고 말했나요?]
선생이 기쁜 듯이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도시가 이런 상황이 된 후에는 아이를 낳는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화제는 귀중하다.
하지만 조수의 표정은 그것이 즐거운 화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뭐라고 말했지?]
대답하려고 하지 않는 조수에게 대장이 다시 한번 물었다.
조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의 귀는 왜 그렇게 큰 거야?] 라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