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12화 최종화

매일같이 잭은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멀리 보이는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하감옥으로 변한 이 도시의 중심에서 하얀 달을 향해 뻗은 비틀린 감옥탑. 그 높이는 수백 미터에 달하며, 여전히 더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저 탑을 보고 있으면 잭은 자신 안에 신기한 욕구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올라가고 싶다. 저 탑의 꼭대기까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단순한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잭은 어렸을 때부터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건물의 옥상에서 몸을 내밀어 손가락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 탑에 손을 뻗는다.
불어오는 바람이 그 등을 밀어서 잭의 몸이 크게 흔들려서――
[위험해!]
목소리와 함께 손이 이끌려 잭은 옥상으로 기세 좋게 넘어졌다.
눈을 떠보니, 검은머리의 소녀―― 앨리스가 조금 화난듯한 얼굴로 잭을 내려다보고 있다.
[잭…… 너, 또 멍하니 있고 말이야……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 미, 미안…… 앨리스]
앨리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숨을 내쉬며 잭 옆에 앉았다.
[또 탑을 보고 있었어?]
[응…… 역시 언젠가는 올라가 보고 싶어서]
[그렇다고 여기서 뛰어봤자 탑으로는 갈 수 없다니까. 위험한 행동은 그만둬]
[응. 미안]
자신을 걱정하는 앨리스의 눈빛에 잭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느긋한 잭은 언제나 야무진 성격의 앨리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아, 맞아. 앨리스]
잭은 주머니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서 그것을 앨리스에게 내밀었다.
[이거…… 뭐야?]
[머리 장식이야]
잭이 내민 것은 십자가의 모양을 한 빨간색 머리 장식이었다.
[발굴 작업 중에 발견해서 몰래 가져왔어. 앨리스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이 도시에는 프리즌의 기생에 의해 일그러진 건물이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그중에 비교적 안전한 건물에 들어가 쓸만한 물건을 찾는 작업을 잭은 [발굴]이라고 불렀다.
발굴로 발견한 물건은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관리하지만 가끔 이렇게 맘에 든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사람도 있어서, 어느 정도는 작업자의 부수입으로서 묵인되고 있었다.
[몰래라니…… 안 돼. 어른들께 드려야지……]
[괜찮아, 괜찮아. 자, 달아줄게]

성실한 앨리스에게 웃으면서 잭은 조금 억지로 앨리스의 앞머리를 모아서 그곳에 딱하고 머리 장식을 달아주었다.
[……응. 역시 잘 어울려. 앨리스]
[에…… 아, 응……]
잭의 미소에 앨리스는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고…… 고마워……]
작은 목소리의 감사의 말을 듣고, 잭은 더욱더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잭과 앨리스의 처지는 많이 닮았다.
둘 다 부모가 없다.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메르헨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딱히 드문 일도 아니고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많이 있다.
앨리스는 처음에 모두에게 마음을 닫고 있었다. 주워졌을 때 눈이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었다는 소문이 퍼져서 아이들 사이에서 괴물 취급당해서 혼자 고립되어 있었다.
그런 앨리스에게 말을 건 것이 똑같이 주워져 이 마을에 온 잭이었다.

[저기 앨리스, 함께 놀지 않을래]
[싫어. 저쪽으로 가]
[그래…… 그럼 또 올게]
[안 와도 괜찮아……]
앨리스는 자신이 아무리 차갑게 대해도 굴하지 않고 말을 거는 잭을 처음에는 귀찮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어느새 그것을 기다리게 되었다. 앨리스도 역시 외로웠던 것이다.
[앨리스, 함께 놀지 않을래?]
[……너 같이 놀 사람이 따로 없어?]
[있지만 나는 앨리스와 놀고 싶거든]
[……조금이라면 괜찮아]
[정말? 좋아!]
[뭐가 그렇게 기쁜 거야……]
[기뻐. 나는 항상 너와 놀고 싶었거든]
[……그, 그래……]
딱히 특별한 것을 한 건 아니다. 잭은 그저 혼자 있는 앨리스를 그냥 둘 수 없어서 계속 말을 걸어서 조금씩 그 마음을 녹였다.
그리고 지금은 머리 장식을 선물하면 귀여운 표정을 보여줄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어느샌가 잭은 앨리스를 앨리스는 잭을 서로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태양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 어두운 세계에서 그것을 대신하는 희망이 있다고 하면, 그건 결국 타인과의 관계 안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메르헨에게 잡혀가거나 쇠약해져 쓰러지거나, 절망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인간의 목숨이 잇달아 사라져가는 세계에서 잭과 앨리스가 강하게, 꺾이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존재 덕분인 것이 컸다.
하지만 어느 날.
그 평화는 갑자기 사라진다.
돌연히 나타난 메르헨의 무리에 마을은 유린당해 사람들은 붙잡히고 살해당했다.
불타오르는 소리와 가옥이 파괴되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
귀를 막고 싶어지는 참극의 교향곡 안에서 잭은 용기를 내서 앨리스를 감싸며 메르헨에 마주 섰다.
[앨리스! 나는 내버려 두고 도망쳐!]
하지만 앨리스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앨리스!]
[……너와 함께 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
그 말은 잭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앨리스를 반드시 지키고 싶다. 지키겠다. 다리를 떨면서 잭은 나뭇가지를 들고 메르헨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힘을 가지지 못한 용기는 무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메르헨의 팔이 아주 쉽게 잭을 쳐냈다.
[아아아아……!]
압도적인 힘으로 날아가서 벽에 부딪히는 잭.
[잭! 잭! 눈을 떠……!]
앨리스의 비통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잭의 의식은 어둠으로 떨어졌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잭과 앨리스는 감옥의 죄수가 되어 있었다.
땅 혹은 고기와 같은 불쾌한 벽에 둘러싸인 감옥 안에는 마찬가지로 메르헨에게 붙잡힌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절망에 서로 몸을 기대고 있었다.
프리즌이 울면 어디선가 메르헨이 나타나 죄수들을 몇 명 데려간다.
그리고 데려가진 곳에서는 고문이 시작된다.
때로는 고통을 주어 비명을 지르게 한다.
때로는 베이거나 찔려서 피를 흘리게 한다.
때로는 프리즌의 벽을 계속해서 핥게 만든다.
고통과 굴욕의 고문 끝에 많은 죄수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되면 메르헨은 또 새로운 죄수를 잡아 왔다.
그런 가운데 잭과 앨리스는 힘겹게 살아남았다. 애초에 잭은 상처의 회복속도가 빨랐고, 앨리스도 보기와는 다르게 강한 부분이 있다. 또한, 앨리스는 조금 특수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다.
때때로 고문에서 돌아온 앨리스의 상태가 이상할 때가 있다.
[앨리스…… 괜찮아?]
무너지듯이 쓰러지는 앨리스를 잭이 안아서, 감방의 구석에 눕힌다.
[……하아……하아……잭……]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거친 숨을 쉬는 앨리스의 머리를 잭은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러면서 다른 죄수로부터 보이지 않게 자신의 몸으로 앨리스의 얼굴을 가린다.
그리고 앨리스는 눈을 뜬다.
그 양쪽 눈동자가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잭…… 잭……!]
무엇인가를 원하는 듯이 앨리스는 잭의 손을 붙잡는다.
[괜찮아 앨리스…… 자]
그것에 맞춰서 잭은 자신의 손가락을 앨리스의 입으로 내민다.
[아…… 아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앨리스는 잭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잭의 손가락의 피부가 찢어져, 붉은 피가 가느다란 선을 그리며 흘러내린다. 그것을 아깝다는 듯이 혀끝으로 핥으며 앨리스는 잭의 손가락을 입에 넣는다.
[응……]
물소리를 내며 앨리스는 잭의 피를 빨았다. 맛있다는듯이.
잠시 그런 후에 겨우 만족한 듯이 입을 뗀 앨리스가 눈을 뜨니 더 이상 그 눈은 핑크색이 아니었다.
[아…… 미, 미안 잭. 나 또……]
[괜찮아. 앨리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죄악감을 느끼는 앨리스에게 잭은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이전부터 앨리스는 흥분하면 잭의 피를 핥고 싶었다. 처음에는 우연히 상처를 입은 잭의 손가락을 핥은 것이 시작이었지만, 그 이후로 앨리스는 마치 어머니의 가슴을 원하는 아기와 같이 잭의 피를 원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앨리스가 진정된다면…… 그런 생각으로 잭은 앨리스가 하고 싶은 데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때로는 스스로 손가락에 상처를 내서 피를 주었을 정도이다.
어째서 자신의 피를 마시면 앨리스가 진정되는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잭은 자신이 도움이 된다면 조금의 상처나 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앨리스에게 도움을 받는 자신에게는 이 정도 일로 밖에는 은혜를 갚을 수 없다고.
하지만 앨리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몸과 마음이 깎여나가는 고문을 받으면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잭이 있어 준 덕분이다. 앨리스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괜찮아 앨리스. 언젠가 반드시, 이 감옥에서 나갈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
[응. 맞아. 그때까지 우리 반드시 살아남자]
감옥 안에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빨간망토]
여명 본부. 박사는 첫 번째 혈식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왜? 아빠?]
어느새 성장한 빨간망토는 그래도 역시 버릴 수 없는 후드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도시 에이리어의 던전에 갔던 조사단이 돌아왔다. 보고에 의하면 그곳에 붙잡혀 있는 사람 중에 혈식소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진짜!?]
눈을 반짝이는 빨간망토.
혈식소녀. 메르헨을 쓰러뜨리는 자신들의 동료. 자신의 동생과 같은 존재.
[아직 모른다. 그러니까 네가 가서 확인해주지 않을래?]
[응!]
[이 메르헨의 피를 가져가렴. 이것을 뿌려서 눈이 핑크색으로 빛나면 그것이 혈식소녀다]
[발견하면 어떻게 하지?]
[물론 데리고 돌아오렴]
[알겠어!]
기쁜 듯이 대답하며, 빨간망토는 메르헨의 피가 들은 병을 받고 자신의 키 정도의 크기인 거대한 가위를 들고 뛰쳐나갔다.

그 등을 바라보며 박사는 오랜만에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감옥탑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천막과 하얀 달을.
(이것으로 혈식소녀는 7인. 던전도 7개……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도 괜찮을 때로군. 메르헨을 살해하고, 핵을 파괴하여, 나이트메어를 죽이고…… 그리고 탑을 자라게 하여 천막을 꿰뚫는다)
그것이 오랜 세월 추구한 박사의 비원.
(멈추지 말고 달려라. 혈식소녀들이여. 해가 비치는 장소로)
박사는 하늘 높이 팔을 올려서 하얀 달을 꽉 쥐듯이 주먹을 쥐었다.

이 도시가 프리즌에 기생 당해 지하에 가라앉아, 태양의 빛을 잃고서 20년.
그리고 피에 젖은 소녀들의 탈옥극이 시작된다.